짧고 좋은 글/ 용서란 무엇일까?

'용서'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줌.'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저도 이렇게 알고 있었어요, 한동안 말이죠. 하지만, 덮어 주는 게 진정한 용서의 모습과 형태일까요?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저도 성격이 둥글둥글 해졌지만, 예전에는 예민하고 좀, 까칠한 면이 많았어요. 그래서 상대에게 상처를 받으면, 그것을 곱씹으며 '꼭 복수할거야.' 하면서 '두고 보자' 하는 다짐을, 자주 하곤 했죠.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면서 말이죠.
그러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서 심리상담을 받았는데,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내가 자기혐오의 감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의외였어요. 내가 정말 그런가 하면서 왜 그럴까? 생각하며, 자세히 더 들어보니, 사람들은 상대에게 화가 나면, 상대를 용서 해야 하는 줄 알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 화가난 이유가 더 중요하다고 해요.
만약 상대가 그냥 잘못하여, 내가 손해를 입어서 화가 날 수도 있고, 상대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내 자존심이나 민감한 부분들이 자극이 되어서, 화가 나는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지요.
첫째,
상대방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손해를 입어 화가난 경우는, 그 대상을 그냥 용서하면 되죠, 나는 잘못이 없고 상대방의 일방적인 잘못이니까.
둘째,
상대가 모르고 그랬건 일부러 그랬건, 그의 말이나 행동이 나의 치부나 단점, 자존심 등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서 화가 났지만, 난 상대를 용서했다. 나를 화나게 한 것은, 상대가 그런 말과 행동을 했기 때문이니까.
이 두 경우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첫째는 사전적인 의미의 용서가, 그대로 적용되어도 되는 상황이지만, 둘째를 첫째, 처럼 용서를 했다고 여긴다면, 사람에 따라서는 '자기혐오'의 감정을, 자신도 모르게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좀더 쉽게 말하면.
'네가 욕하는 나의 이 모습과,
이런 것에 화가 나야하는 내가 부끄럽고 싫다.'
내가 무의식에서 이런것이 있다면, 이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를 혐오하게 되는 감정으로 몸집을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분들이 이런, 성향이 많아서 자기혐오적인 감정이 커지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 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밖으로 표출해야 할 화를, 자신에게 쏟아붓는 것이 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닌,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라는 것이죠. 이러한데 상대를 용서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죠, 그 원인은 내 안에 있는데...
이 이야기를 듣고, 저도 화를 내는 감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용서란 먼저 나 자신을 용서하는 것부터, 시작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보통 우리가 화를 내는 상황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대가 싫거나, 미운 감정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싫다, 좋다의 뿌리는 무엇일까?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죠.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도, 그럴 거란 생각이 들어요. 이 글을 보시고, 자신의 '화'의 뿌리는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신다면, 정말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글을 마칩니다.